


좀비들에게 습격을 당해 친구를 잃은 신씨(40세, 버섯채집꾼)는 자신은 세바위골에 산다며 마을에 오면 간단하게 사례라도 하겠다고 일행에게 이야기하곤 친구를 등에 메고 숲속으로 떠난다. 플레이어들은 쓰러진 좀비들을 뒤져 힌트라도 찾아보지만 한 부유해 보이는 시신에서 나온 옥가락지뿐이다. 그것만을 가지고 시체들을 길가에 수습해 놓고 주막으로 돌아온다.
마스터: 야트막한 산 오솔길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밭 너머로 가을 햇살이 뉘엿뉘엿 가라앉고 있습니다. 온 하늘이 붉으죽죽해지는 가운데 주막으로 돌아오는 길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이난: 어흠. 여보게들 이러지 말고 자기소개나 할까? 난 이난이라고 하네. 여주 땅에서 왔다네. (알바라를 가리키면서) 거기 자네는 어디서 왔는가?
알바라: (저죠?) 난 알바라 노스아이요. 사과도[아바론]란 먼 이국땅에서 왔다네.
화니: (이번엔 제 차례) 소녀 화니라고 하옵니다. (분노 기술 써가지고 조금 힘들어하겠습니다.)
이난: 어디 편찮으신가?
화니: 괜찮습니다, 나리. 좀 전의 싸움 때문에 조금 피로가 느껴질 뿐입니다.
이난: 그러지 말고, 자아 이리. 이리 기대게. (흐뭇하게 웃으면서 화니한테 접근하겠어)
화니: (14짜리 힘으로 어깨를 한데 딱! 때려줄래요.) 어찌 남녀가 유별한데.
이난: 손이 맵구려. 거기 작은 꼬마는 누군가?
아롱애기: 화니님의 몸종인데요.
화니: 이름은 아롱애기라고 제 몸종이옵니다. 애가 제법 기민하고 빠르답니다.
알바라: 조룬가 보군. 3초야?
아롱애기: (알바라를 마구 두들겨 준다)
화니: 거기 언니는 무어라는 사람이오?
화천수지: (좀 터프한 캐릭터야) 화천수지다. 수행자. 그건 그렇고 저 좀비들이 어디서 왔는지 아는 사람 있어? (그런데 첫 회 캐릭터들이 뭘 알겠어.)
화니: (나도 그걸 조사하러 왔어요.)
이난: (나야 좀비가 나오든 뭐가 나오든 상관은 없는데. 인맥 만들고 명성만 높일 일이면 상관없지)
알바라: (마스터, 내가 지능이 그래도 높은데 뭘 알고 있지 않을까?)
마스터: 판정한번 해 볼까요. 지역 지식 판정. (알바라 실패, 화천수지 성공) 현재 경기도에서 왕실에 대놓고 독립을 선언할 세력은 몇 그룹 안됩니다. 옛 송도-개성 땅이죠- 그곳에서 세력을 가지고 있던 호족이나 삭녕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산적들, 이천, 여주 쪽에서도 자기 세력을 만들어 가고 있는 신흥 부자들이 있고요 이쪽 경기도 남부, 충청도랑 맞닿아 있는 이쪽 지역에서는 김충수라는 의병장 출신 현감이 하나하나 작은 세력들을 통합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치안 유지를 위한 군사 활동이란 이유로 안성 인근의 작은 고을 등을 자세력화 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근처까지 안성현감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고요.
화천수지: (그럼 그놈이 범인이겠군. 안성으로 쳐들어가자.)
이난: (군사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잖아. 군대를 상대로 싸울 순 없지. 원래 이런 건 천천히 하나씩 문어다리를 자르듯이 해나가는 거야.)
화니: (제가 볼 땐 일단 여기서 좀비들을 만들고 있는 녀석부터 처단해야 할 거 같아요.)
이난: (그렇지. 바로 그거지. 그러기 위해선 일단 누가 좀비를 만드는지 정보부터 모아 보자고.)
화천수지: (그럼 일단 주모부터 구슬려 봐야겠네. 정보를 더 모아야지. 난 내 목적을 밝히겠어.) 나는 산하나 너머 용인 땅에서도 좀비들을 본적이 있어. 누가 이런걸 만드는지, 아니면 자연 발생적으로 생기는 건지, 왜 그런 건지 이유를 좀 알아야겠어. 더 이상 이런 좀비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내 목적이야.
알바라: 좀비라면 조금 알고 있습니다, 레이디. 본인이 살던 세상에선 변태 같은 마법사나 성직자들이 저런 괴물들을 만들지요. 하지만 저 정도 괴물을 만들어 낼 실력이라면 우리만으로는 꽤나 벅찰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화니: (레벨업이 필요하다 이거군.) 민생에 안녕을 주지 못한다면 우리 손으로라도 일을 처리해야 한답니다, 무슈. 용인 땅까지 좀비들이 퍼져나갔다면 우리 조선의 안녕에 큰 위협이 될 겁니다.
알바라: 아름다운 레이디들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목숨 내놓을 각오야 이미 돼있습니다, 마드무아젤.
화천수지: (버터 먹은듯한 플레이는 이제 그만하자고.) 그쪽 둘은 도울 거야 말거야?
이난: (여자가 꽤나 뻣뻣한데. 십년가까이 큰 전쟁이 있었다고 이렇게나 가치관이 뒤틀려질 줄이야. 아야, 아야-화천수지가 꼬집었다-. 알았어. 남녀평등, 남녀평등.)
마스터: D&D에서 남녀에 대한 차별을 두진 않지요. 즐겁게 노는 게임에 너무 복잡하게 나갈지 말자고요.
이난: 흠, 흠. (말하기 전에 이렇게 몇 번 헛기침을 하는 게 버릇이 된 거 같아.) 민생 치안의 안녕을 잡는 거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소. 내 미천한 힘이 나마 도와주도록 하겠소이다. (마스터에게 신호를 보낸다.)
마스터: 아롱애기는 화니랑 세트로 붙어 다니죠? (아롱애기가 고개를 끄덕임) 그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주막에 도착했습니다. 주모는 몇몇 상처 입은 분들을 보곤 상처가 덧나기 전에 깨끗이 씻으라고 물이랑 수건을 가져다줍니다. 전투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은 살짝 씻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동안 선언할 거 있으면 선언하시고, 에- 화천수지?
화천수지: (옷이랑 대충 추스르고 씻고 있는데, 왜?)
마스터: 부끄러움이란 없군요.
화천수지: (난 터프해.)
마스터: 노출증일지도 몰라요. (화천수지의 일격이 작렬!) 아야야……. 그게 아니고, 저기 옆에다가 메어 놓은 당나귀가 보이지 않네요.
화천수지: 어디 갔어, 당나귀!?
주모: 에구 내 정신이야. 그 당나귀 말입니다. 아까 여러분들일아 같이 머물던 중을 보셨죠? 제가 말리는데도 말이죠, 자기가 수행중인 수행승이라면서 당신 당나귀가 내세에 미륵불이 된다고 만기사에서 남은 여생을 불도를 닦아야 온전히 개벽을 이룰 미륵불이 된다나요, 그렇게 정신 나간 소리를 해 대면서 내가 안 된다 안 된다 그러는데도 온갖 잡소리에 악다구니랑 깡을 써가면서 결국엔 끌고 가는거 아니겠습니까.
화천수지: 그러니까 눈뜨고 도둑맞았다는 거잖아. (맞지 마스터?) 물어내!
마스터: 주모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선 음식 값은 받지 않을 테니 갈 데가 없다면 여기서 하루만 머물라고 말합니다.
화천수지: 왜 머물러야 하는데?
주모: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사실 만기사랑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습니다. 왜란 때엔 그곳에서 난을 피해 있었기도 하고요. 제가 가서 책임지고 당나귀를 다시 돌려받도록 하겠습니다. 그곳 주지스님한테 그 정신 나간 수도승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돌려주실 겁니다.
이난: 그런데 그 절로 그 중이 간지 어떻게 알아?
주모: 만기사로 가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는걸 보았으니까 어디 다른데로 갔을 순 없을 겁니다.
이난: 만기사가 여기랑 가깝나?
주모: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입니다. 산길을 따라 한식경만 올라가면 금방 나오지요.
화니: 그럼 세바위골은 어딘지 아세요?
주모: 그럼요. 만기사 가는 길로 가다가 산으로 올라가지 말고 골짜기 따라 내려가다 보면 산속에 너른 땅이 나오는데 그곳에 있습니다. 만기사랑 가까워요.
알바라: 세바위골엔 사람이 많이 사는가?
주모: 한 백여 명 가량 삽니다요. 그런데 죄다 천민들이라…….
이난: 양반이면 어떻고 천민이면 어떻나? 모두다 왜란 때 같이 싸웠던 조선 사람들인데.
주모: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이 없습니다.
이난: 그래, 그럼 가 볼까? (화천수지를 가리키며) 이 사람 당나귀 값 셈 치고 우리 밥값이나 그냥 계산해 놓게. 당나귀는 우리가 대신 찾든지 어쩌든지 할 테니까. 어때?
화천수지: (오빠, 내 당나귀거든?)
이난: (짐 많이 들고 다니지도 않잖아. 내가 대신 들어다 주면 되지. 어서 이야기나 나가자고.)
마스터: 주모는 이난의 말에 고마운 듯이 몇 번이고 허리를 굽실거리며 인사합니다. 화천수지, 어떻게 하시겠어요?
화천수지: (오빠가 그럼 이제부터 당나귀 하는 거다.) 좋아. 그 대신 내 짐은 당신이 들어. (배낭에 짐주머니들이랑 줄줄이 매달려 있는거 넘겨줘요.)
이난: 뭐 이정도야 짐도 아니지. (들어 메고 출발합니다)
화니: 주모, 잘 먹고 잘 쉬었습니다. 다음에 돌아가는 길에 한번 들리겠습니다.
아롱애기: 안녕히 계세요.
알바라: (주모는 내가 커버할 나이가 아니니 인사는 안하고 그냥 일행을 따라서 마지막에 나오겠습니다.)
마스터: 그럼 다음 목적지로 가 볼까요? 세바위골로 갈까요, 아니면 곧장 산을 타고 만기사로 갈까요? 상식적인 선에서 이제 해가 저물려고 하는데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초행길인 산을 타고 절로 들어가는 건 이상하겠죠. 세바위골로 가는게 좋을 듯싶습니다. 반대 없으시죠? 그럼 해가 다 저물기 전에 세바위골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좀비들과 싸웠던 곳을 지나서 삼사백보를 더 가서 보니 오른쪽으로 좁은 오솔길이 하나 나 있습니다. 오솔길로 들어서기 전에 작게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세바위골로 가는 길이라고 써져 있네요. 여러분들은 그 오솔길을 따라서 사늘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소나무밭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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